해마다 음력 4월8일을 부처님오신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국경일입니다.
1년 중 사찰이 가장 바쁜 날로 경내는 사람들로 가득차게 됩니다. 많은 불자들이 가족들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면서 등을 달기도 하고, 밤이 되면 등은 불을 밝혀 장관을 이룹니다.
어찌됐건, 사월 석가탄신일은 년중 가장 중요한 날이고, 한해 절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산의 많은 부분이 등을 파는 수입으로 충당됩니다.
이렇듯 중요한 날, 석탄일 설법을 위해 모신 명망높은 스님은 때론 주지스님이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다른 말씀을 할 때도 있습니다.
1. 공덕 무(공덕이 없다)
저마다 등을 달고, 마음 속에는 한해 소원들로 가득하고, 부처님을 향해 복을 빌고 또 비는 이때에, 산속에서 오래 수행하다 내려오신 스님은 양무제와 달마대사의 문답으로도 유명한 ‘공덕 무’를 설법하기 시작합니다. 주지 스님의 속이 타들어가는 순간입니다.
옛날 중국에 양나라를 건국한 무제(464년~549년)는 수많은 절을 짓고, 불교 중흥을 위해 많은 돈을 씁니다. 황제보살이라 불리었으며, 불교 교리에 조예가 깊었고, 고기와 술을 먹지 않는 등 불교 계율을 엄격히 지켰다고 전해집니다.
이렇듯 불교에 심취해 있던 양무제는 인도에서 유명한 스님이 방문했다는 소식에 하루라도 빨리 고승을 만나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마침내, 달마대사를 궁궐로 초대하게 되었고, 무제는 큰 기대감으로 달마대사에게 묻습니다. ‘짐은 많은 절을 짓고, 불사를 했으며, 많은 스님을 양성하였습니다. 얼마만큼의 공덕이 있을까요?’
이에 대해 달마대사는 ‘공덕이 없습니다. (공덕 무)’라고 답합니다.
이 말은 무제를 큰 충격에 빠지게 했을 것입니다. 그동안 행한 모든 일들이 아무 소용이 없다니…. 불교에서는 선행의 일종인 보시를 큰 덕목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아무 조건 없이 베푸는 것을 말하지요. 무제는 본인 스스로 많은 보시를 행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런 일화를 석탄일 설법 시간에 듣고 있는 불자의 마음은 또한 어떠할까요? 어떤 사람은 어려운 형편에도 큰 복을 받겠다는 마음으로 무리해서 큰돈을 들여 비싼 등을 달았을지도 모릅니다.
부처님이 복을 주시기를 바라면서요. 하지만, 공덕이 없다면….
주지 스님은 실망스러워하는 대중들의 표정을 보면서 어찌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2. 불교의 경지, 알 수 없는 세계
우리가 알고 있는 절, 불교는 조용한 경내를 걸으며, 마음의 평안을 찾고, 때론 불상에 절을 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종교입니다. ‘자비’라는 마음의 덕목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깨닫지 않고는 좀처럼 경전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남과 내가 다르지 않다’ ‘한 개가 여러 개와 같고, 여러 개가 한 개와 같다’ ‘없는 것이 있는 것이고, 있는 것이 없는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요?
아마 깨닫고 난 후 바라본 세계는 우리의 언어를 뛰어넘기에 이런 식의 비유를 든 것은 아닐런지요.
근세에 이름을 떨쳤던 성철스님조차 돌아가시기 직전 열반송에서 본인은 지옥으로 간다고 했으니,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런지요.
일반 신도들이야 그냥 살면서 위안으로 종교를 믿지만, 머리를 깎고, 평생을 부처가 되고자, 깨달음 얻고자 평생을 바쳐 수행하고 노력해도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면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공덕 무’ 역시 언어를 뛰어넘은 대답이기에, 저마다 해석이 분분합니다. 결국 우주의 틀을 뛰어넘어 생사를 초탈해버린, 깨달은 자가 아니라면 쉽게 달마대사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지 못할 것입니다.
3. 모든 것이 무의미한가요?
그렇다면, 불공을 드리고, 염불을 외고, 불상에 절을 하는 것이 모두 무의미한 것일까요? 불교는 수세기에 걸쳐 발전하면서, 다른 종교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토착신앙을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종교의 스펙트럼이 넓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석가탄신일에 등을 다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불교의 핵심 진리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불교에 대해 좀더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불교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 종교이다보니 신을 섬기는 다른 종교의 시각을 대입해서는 유사점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집니다.
다같이 성불하자고 이야기하지만, 그 문은 좁고, 가본 사람은 드물기에 근엄한 모습으로 뭔가 깨달은 것처럼 ‘허허, 평상심이 도이지요’를 말해 볼 뿐입니다.
그렇다면, 모두가 깨달아야 하고, 모두가 수행자가 되어야 할까요? 고단한 인생에 가끔 평온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삶에 지친 마음을 잠시동안 내려 놓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많은 절에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당일 프로그램도 있고, 며칠 지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잠시라도 마음을 쉬게 하고, 본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런지요. 복잡한 세상사에서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조용한 산사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 보시길 추천합니다.
템플스테이 사이트 https://www.templestay.com/
템플스테이 예약홈페이지
템플스테이는 1,700년 한국불교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산사에서 수행자의 일상을 경험하는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입니다
www.templest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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